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적금 통장을 알아본다. 혼자 선다는 건 얼마나 막막한 것인가를 깨닫고 있다.
한겨레 21을 읽는다. 더 이상 읽고 싶지가 않다. 읽으면 읽을 수록 진저리가 난다.
학교 도서관에서 한겨레 신문과 조선일보를 번갈아 읽으면서 양 극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깨닫는다.
외동이라는 루머가 과연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오히려 나는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싶었다. 좀 혐오스러울런지도 모르지만, 거울효과는 톡톡히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대삼각형을 수업 시간에 배우려니 지루하다. 교수님과 수업하는 건 즐겁지만.
클래식 리뷰를 쓰다 보니 그 사이트를 홍보하는 보도글도 내가 쓴다. 여대 교수님이 쓰신 글 다 뜯어 고쳐서 다시 썼다. 그러나 편집자에 실리진 못했고, 마치 자기 글인양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사진을 보니 구역질이 난다.
몸을 챙긴다. 비타민C를 먹고 학교 헬스장에 기웃거린다. 그러나 오늘 헬스를 하진 않았다. 수건이 없다는 핑계로. 사실은 귀찮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서술일 뿐, 일기도 보고도 아니다. 도서관 대출증처럼 확인한 다음 구겨버리는 사소한 것들 뿐이다. 학교 도서관은 한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일본 소설에서 병원을 묘사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그 공허한 기둥은 어느새 환자들의 마음 속에 뿌리박은 채로 점점, 높아질 뿐이었다.
글을 써야하는데 힘들다.
책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데스크탑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카페에 앉아 하루종일 글을 쓰고 싶다. 편안한 의자에서.
며칠 전에는 홍대의 카페베네에 갔다. 아침 8시 반에. 홍대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넷북을 안 가져온 게 한이었다. 아침의 홍대가 좋다. 아르바이트생은 마치 내가 보이지 않는 양 바로 내 앞에서 비질을 했다.
큰집의 생일잔치에 가서 든 생각은 오랜만에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것. 중학생들이 왜 제대로 피우지도 못하면서, 켁켁거리면서 담배를 왜 꼭 쥐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드는 건 포용력이 넓어지는 척하면서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그리고 그걸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