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5일 목요일

신선한 시도, 앞으로도 유기농 힙합을 노래하길. Fresh boyz.

 FRESH BOYZ, 목소리를 들을 때부터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악이 아니라, 목소리가. 왜 그런가 했더니 유명한 가수들의 피쳐링을 해준 힙합 그룹이었다. 힙합을 아주 많이 듣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기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 이효리의 음반에서 랩이 맛깔나고 멋있었다는 생각에, 누가 랩을 했나 찾아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실 난 멋진 랩에 좀 약하다. 아이돌들의 랩은 그냥 나레이션이겠거니 했는데 빅뱅의 탑의 목소리는 너무 괜찮더라. 유일하게 듣는 아이돌 랩이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랩은, 당연히 그보다 더 좋다.

 

 계속 번복되는 후크송, 임팩트 없는 단조로운 목소리, 어이없는 기계음. 어떻게 보면 대중 가요는 퇴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닌 것 같다. 좀 험한 말인가? 힙합도 조금씩 대중화되면서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멜로디를 중시한다. 입으로 흥얼거리기도 쉽고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멜로디는 힙합음악이 대중가요보다 훨씬 더 나은 점이 있다. 허나 꼭 멜로디만이 힙합의 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리의 시인들'처럼 가사의 위트성과 멜로디에 대한 유연한 대처, 어떻게 보면 그게 힙합의 정수가 아닌가.

 

 

 MC몽을 보면서 조금 아쉬운 점은,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음반을 발표하는 점은 좋지만 '노래'라는 제약에 갇혀 힙합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듣는 사람들마다 감상이 다를 수 있다. FRESH BOYZ의 앨범에 수록된 Melody에 대해, 앨범 표지에서는 MC몽과 서인영이 같이 부른 BUBBLE LOVE와 비견되는 좋은 곡이라고 말했다. 길미가 피쳐링을 한 이 Melody가, 확실히 힙합 음악에서는 제대로 된, 한수 위라고 생각했다. 듣는 순간 제대로 힙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길미가 좋은 랩퍼라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일까?

 

 

 

 힙합 쪽에는 드렁큰타이거, 리쌍, 다이나믹 듀오, 거리의 시인들 등 수많은 이들이 있다. 파격적 시도에 속하는 FRESH BOYZ, 그러나 그 실력은 전혀 햇병아리가 아니다. 수많은 가수들의 음악을 더 멋있게 꾸며줬던, 임팩트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확실하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발자국을 남길 만 하다.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앨범을 냈고, 그 앨범은 아마 힙합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Melody는 확실히 힙합 음악이다. 그래서 좋다. 사랑 노래라면 왠지 사람들은 발라드나 약간 랩이 들어간 댄스곡 정도로만 생각하게 된다. 힙합을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아직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더그라운드는 단순히 하류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시도하고 뛰어들 수 있는 게 바로 언더그라운드다. 수없이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언더그라운드는 사실 문화를 이끌어가는 파도와 같은 것이다. 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파도가 움직이는 것이다. 파도가 멈춘 순간 배는 멈추고 만다. 앨범의 네번째 트랙에 있는 Lemmesee는 몸이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음악을 듣고 즐기라고 한다. 이는 영혼의 쇠사슬을 풀어내는 렌치와 같은 것이다. 마지막 트랙의 '먹보'는 어떻게 보면 힙합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이다. 디스토피아가 된 사회, 그 이면을 역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음악. 만약 대중가요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비꼬고 빈정대고 위트 있는 가사, 듣고 있노라면 사람을 절로 흥얼거리게 하는 순간의 음악. 랩퍼가 랩을 함으로서 이뤄지는 음악. 랩을 제거하면 무언가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힙합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해 본다. 

 

 

 

 

 

 

2010년 7월 8일 목요일

랄랄라 따라와 랄라랜드로

 

 

 


 조PD의 음악은 흥겹다. 따라와, 따라와. 여러분.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게. 예전에, 조PD라는 가수가 있다는 말에, 무슨 TV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앨범을 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짐작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었다.

 

 

 조PD는 자신의 모든 음악을 책임진다. 프로듀서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처럼, 조PD는 음악의 프로듀서다. 가수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작곡을 다른 누군가가 해준다 할지라도 그 노래를 자신이 부르는 이상, 그 노래는 자신의 작품이 되며 그 순간부터 작품의 대변인은 자신이 되는 것이다. 요즘 표절이 가득한 가요계에서는 표절을 해도 작곡가가 대신 사과를 하거나 나름 그 가수의 프로듀서라는 사람들이 대신 사과를 한다. 허나 텔레비전,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들의 이름으로 먼저 소개되지는 않는다. 가수들의 이름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표절을 할 경우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런 가수가 진정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 꼴인, 노래하는 인형일 뿐이겠지.

 

 

 

 조PD의 '랄라랜드'만큼, 음악은 즐거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음악의 분야 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나는 클래식 쪽 예시를 들어보련다. 모차르트는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오페라세리아 형식을 새롭게 개작했다. 그는 기존 마무리에서 초월적 존재가 아리아를 부르면서 그 힘을 증명하고 끝내는 전통을 고쳐 초월자도 모든 인물들도 함께 노래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제시했다. 이는 그 당시 계몽주의 사상이 지향했던 공동체로도 볼 수 있지만, 기존 낡은 질서와 새로운 주체와의 만남, 전쟁이 아닌 화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조PD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제아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셋이 즐겁게 노래하는 순간, 가요는 장대로 벽을 뛰어 넘는다.

 

 

 

 

 

 

 물론 요즘 가요에는 툭하면 피쳐링이 들어가곤 한다. 허나 그 피쳐링은 가수의 영역을 침범해 버리거나, 그냥 인맥 과시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조PD의 피쳐링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음악에 그들의 목소리를 넣으면서 흥겹게 세상을 바꿔 나가려 한다.

 

 

 

 랩이 좋은 점은 우선 가사가 제대로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음악들 중 가장 시적 가사를 쓰는 건 힙합이다. 인디 음악들은 공중파에 잘 타지 않으니 우선 뒤에 두고. 플로우와 가사가 맞물리면서 흥이 절로 나는 힙합, 대신 가사가 너무 어렵거나 너무 유치하면, 힙합은 그 힘을 잃게 된다.

 

 

 어쩌면 내가 음악에 있어서는 보수적인지도 모르겠다. 기계음이 지나치게 들어간 음악을 들을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결국 그 가수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나중에 다른 곡을 불러도 데면데면하게 넘겨 버리고 만다. 조PD의 음악도 기계음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 기계음이 불쾌함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흥을 돋군다는 점이 좋다. 일본에서는 기계음만으로 된, 게임배경음악같은 노래를 하는 밴드가 있다. 그 밴드는 그 음까지 함께 자신들의 음악 안으로 흡수시킨다.

 

 

 

 이번 싱글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정규가 아니었다는 것. 조PD의 음악을 들으면서 늘 '여기서 끝나면 안 되지, 흥이 이어져야지!' 라고 생각했건만. 랄라랜드 한곡만 번복해서 듣다 보니 급한 마음이 든다. 위트 있는 가사와 즐거운 멜로디, 여기서 다른 곡으로 또 나아가고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0년 7월 6일 화요일

이상하지!

 

 

 이상하게도 음악 쪽 일을 자꾸 맡아서 하게 된다. 클래식 음반 리뷰도 그렇고, 그 관련 기사를 쓰게 되는 것도. 리뷰 신청을 할 때마다 음반 리뷰가 들어오는 것도. 아예 기타라도 배워 볼까 생각이 든다. 우리 집 앞에 기타 공장이 있어서 아버지가 싸게 하나 구해다 주겠다고는 하는데. 막상 사도 배울 곳이 마뜩찮다. 피아노는 앞집에서 신청곡이 들어오는데 꼭 영화 아멜리에의 OST, 저번에 친 곡 쳐주세요! 그 곡밖에 제대로 못 친다. 쇼팽이나 다른 곡도 체계적으로 쳐보고 싶은데. 기쿠지로의 여름 OST Summer는 가끔 치는데 치다보면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불협화음이 되고 만다. 노래는 잘 못 부르면서 어째? 글이나 좀 쓰셔. 사실 소설 마감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아! 그런데 라벨 곡이 정말 제대로 치면 좋더라! 띄엄띄엄 라 메르 르와 연습했는데 치는 사람이 즐거워지는 곡이었다. 듣는 사람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악기 하나 배우거나 피아노 치기. 악보를 하나 사는 게 낫겠다. 재즈가 좋을 듯.

 퍼즐 마저 맞추고 싶다. 세계지도 맞추는 중인데 이게 꽤 재밌어...

 책 읽기.

 책 읽으면서 이것저것 맞춰보기.

 자전거 타는 법 배우기.

 외국어 공부...라고는 하지만 아마 원서나 읽겠지.

 

 

 고등학교 가기

 동기들 만나기

 친구 만나기

 

 

 사촌오빠한테 방학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말했더니 연애는 없니? 라고 되물었다. 씁쓸하구만.

 

 

 

2010년 7월 5일 월요일

랄라 어쿠스틱 랄랄라


 위드블로그에서 바이루피타 앨범이 당첨되었을 때, 나는 무더운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카멜레온처럼 주변 온도에 따라 흐물흐물 녹거나 딱딱하게 굳어버리곤 해서, 음악이 들어갈 틈이라곤 없어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물을 마시고, 시원한 국수를 먹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한숨 자고 일어난 다음에 여름이 끝났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등 뒤에는 따끔한 자외선이 붙어 다녔다. 결국 집안에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도중, 바이루피타의 음반을 들었다.

 

 

 

 

 

 

 예전에 음반을 사 모을 때마다 나는 곡수를 체크해 보곤 했다. 양으로만 따진다는 건 아니지만, 한 앨범에 이 곡들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넣었는가를 가늠해 보았다. 직접 들을 수 없는 만큼, 망설임은 더했다. 아마 바이루피타의 앨범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스페인어로 된 제목, 그리고 왠지 소녀들의 수첩처럼 예쁘게 꾸며진 자켓. 인디 음반이면 족족 사모으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디가 너무 많이 나온다. 그러나 꽃폭탄이라는 제목이 끝까지,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꼭 아르누보의 뮈샤 그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 섬세한 아름다움.

 

 

 

 

 

 

 

 침대에 눕기도 싫어서 바닥에 앉았다. 창문을 열고 바이루피타의 음반을 틀었다. 깊은 산속의 약수처럼 퐁퐁 솟아나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 봄이면 더 화사하게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꽃폭탄들이 색색으로 빛나면서 주변을 물들인다. 마치 드뷔시의 음악처럼 음마다 가볍고 즐겁게 흰 백지 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이 음악의 그림에, 나는 흠뻑 빠져들었다. 타이틀곡치고 너무 좋은 거 아냐? 사실 타이틀곡이 좋으면, 앨범의 모든 곡이 좋다. 나는 왠지 호감평을 쓸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She & Him에서 나는 왠지 커플이 되어야 겠다는 진한 염장을 느꼈고 모두가 찬사를 보낸 정철의 불법사전에서 묘한 클리셰를 들춰 보곤 했다. 어쿠스틱 기타 밴드라는 소리에 한 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즐겨 들었던 나로서는 그냥 가볍게 듣고 말아버릴 것,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음색은 너무 좋았다. 귓가를 스치고 가는 상쾌한 음색. 나는 보통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음악 속에 파묻힌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안 좋은 음악도 우선 파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루피타의 음악은, 왠지 모르게 헤드폰을 벗고 이 멜로디를 내가 있는 이 공간 구석구석에 채워 넣고 싶게끔 했다. 'Para los enamorados'는 허스키하지만 시원한 여성 보컬의 노래와 함께 무겁게 얹히지 않고 담백하게 넘어가는 냉면 국물처럼 즐거웠다. 'el amor'는 다른 곡보다 조용했고, 무엇보다 그 여운이 길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가사와 음처리는 사이다처럼 상큼했다. '단잠'은 마치 경복궁역에 있는 모 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한옥식으로 된 그 카페는 너무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한낮을 선사해 주는 좋은 곳이다. 그 곳의 배경음악으로 써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야금이나 대금 소리가 더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던 그 곳에 말이다. 'No more blues'는 마치 무더운 스페인의 광장처럼 숨가쁘고도 스릴있는 리듬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음반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너무 멋있어! 언니! 라고 외쳤을 정도니.


 

 

 요즘 대중 가요들을 보면 노래 가사는 뒷전이다. 사실, 가사는 그냥 멜로디에 맞춰 쉽고 빠르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면 된다.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식상한 소재에 비슷한 가사가 아닌 각자의 색으로 가사를 염색하기 때문이다. 시가 노래였고 노래가 곧 시였다는 말이, 이 인디와 인디스러운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로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 대중가요들은 가사의 깊이를 음미하는 보컬보다는 무조건 높이 올라가거나 빠른 비트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보컬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들으면서 휴식보다는 일종의 '노동요'로 느끼게 된다. 얼른 일하고 얼른 노는 게 진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음악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쳐가는 지금 바이루피타 같은, 인스턴트가 아닌 기름기 쫙 뺀 담백한 음악은 어떨까. 쌀쿡수 뚴배퀴 말코 삼켸탕 한그릇 하실래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