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플럭서스 뮤지션의 리뷰만 두 편이나 연거푸 쓰게 되었다. 하지만 '윈터플레이'와 '안녕바다', 둘 다 좋은 음반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즐거웠다. 들쑥날쑥한 기온에 기운이 쭉 빠지려는 찰나, '윈터플레이'는 기침을 멎게 해주고 '안녕바다'는 지친 몸을 쭉 일어나게 해줬다. 꼭 약장수라도 된 기분이긴 하지만, 그만큼 플럭서스의 음악들은 매력적이다. 사실 내가 플럭서스를 이렇게 좋아하는 건 플럭서스의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 부르는 캐롤과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그리고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의 유튜브 영상 때문이다. 하와이안 풍의 여유로운 분위기, 발랄한 캐롤, 사실 SM이나 JYP 등, 나름 가수를 배출해 낸다는 소속사들의 가수들이 모여 노래를 부를 때면 그냥 노래를 끄고 얼굴만 봐도 되겠다 싶었다. 사실 댄스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거다. 게을러서 그런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너무 빠른 템포로 사람을 재촉하지 않는 음악이 좋다. 게다가 이렇게 기온이 더웠다가 갑자기 추워지는 요즘에는 더더욱, 재촉하는 것보다 좀 느긋하게 풀어주는 음악이 좋지 않겠는가.
'안녕바다'의 보컬은 사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난 뒤로부터 주목하게 되었다. 나이에 비해 능숙하게 꺾어주는 목소리나, 애교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비음. 그리고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에서 나왔을 때도 한눈에 알아봤다. 꼭 '홍당무' 같다. 그런 밴드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피곤함도, 우울함도 사라진다.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따라 부르고, 즐거워지는 것이다.
영원한 피터팬들

'안녕바다'의 멤버들을 보면서, 나는 왜 '피터팬'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새까만 칠판에 끝없이 흰 분필로 별을 그리고, 그려가면서 해답을 찾는 소년의 모습, 소년은 어른이 되기를 꿈꾼다. 어른이란 게 뭘까? 사랑이란 게 뭘까? 어린 청소년의 음악이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끝없이 궁금해 하고 궁금해 해야 한다. 궁금해 하기를 멈추는 순간, 모두는 성장하기를 멈춘다. '안녕바다'의 멤버들은 궁금한 표정으로, 뚱하게 입술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본다. 앨범재킷이 그들의 음악을 나타내는 한 컷이라면, '안녕바다'는 멋진 앨범 재킷을 찍은 셈이다.
'내 맘이 말을 해', '별 빛이 내린다', 'Soon', 'Beautiful dance',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별'은 이들의 앨범 속 음악을 이루는 소재이자 '희망'을 나타낸다. '별'은 피터팬의 팅커벨, 그리고 그들의 배가 향하는 목적지다. 성장 중인 음악, '안녕바다'의 노래는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나는 사실 어떤 가수든 '1집'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1집'은 그 가수의 갓 태어난 모습을 아낌없이 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디로 자라날지 모르는 새싹이기 때문에, 다른 경험이 많은 뮤지션들과 달리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내가 추측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마음이 두근거린다.
피터팬들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는 말은, '끝'이 없다는 말이다. '끝없이 자라나는 피터팬', '안녕바다'의 멤버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다 자랄까? 우리는 조용히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젓는다.
작은 별이 되줄래?

'안녕바다'의 멜로디는 분명 밴드의 음악이다. 밴드의 음악의 기반은 가장 쉽게, 기타로 이뤄진다. 하지만 '안녕바다'는 피아노의 건반음이 주축이 된다. 아니면 살짝의 전자음, 일렉트로닉하면서도 절대 전자음에 주축을 빼앗기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그들의 음악, 좀 더 변용된 밴드 음악으로서의 서정성일지도 모른다. 클래지콰이가 플럭서스의 일렉트로니카의 묘미를 보여준다면, '안녕바다'는 밴드 특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욕심을 낸다. 조금 더, 하나만 더. 별을 잡기 위해서.
조금 아쉬운 점은, 트랙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플롯의 기승전결처럼 잘 맞는 곡들은 좋지만 조금 더 많은 시도를 했다는 걸 보여줬으면 했다. '안녕바다'의 노래가 특히 맘에 들었던 나로서는 더더욱. 다섯곡이 적다고는 할 수 없을테고,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표시일테지만. 어쩌면 나는 그들의 2집을 더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나 외국의 밴드들을 보면 보컬에 힘을 싣기 보다는 멜로디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다. 멜로디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어떻게 보면 그림처럼, 언어의 장벽을 쉬이 뛰어넘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천사의 날개다. '안녕바다'의 음악, 그리고 다른 플럭서스의 뮤지션들의 음악이 다른 해외 뮤지션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녕, 바다.

'작은 별이 되줄래, 내 어둠이 깊을 수록 넌 더욱 빛날 테니까.' '안녕바다'의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의 주 가사다. '안녕바다'는 멜로디에만 무게를 두는 게 아니다. 가사에도 신경을 쓴다. 가사 덕분에 이 멜로디는 더욱 빛난다. 바다 속에 가라앉을 수록, 우리는 어둠을 본다. 그래서 두려워하지만 안녕바다는 속삭인다. 괜찮아! 바다가 깊을 수록, 너는 더욱 빛날거야. 소년처럼, 그들은 뚱한 표정으로도. 이 세상을 넉넉히 헤쳐나갈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어둠'을 '빛'을 더 빛나게 하는, 단순히 무거운 게 아니라는 것을 전환시키는 힘을 믿는다.
물론 단순히 낙천적이라는 게 아니다. 그들 또한 고통이 있다. 기나긴 성장통. 'Beautiful dance'는 그 성장통의 과정을 보여준다.
모두를 던져 내 춤에 숨막히게 해 또
싸늘한 바람이 부는 거리에 혼자뿐이었어
-'Beautiful dance' 中, '안녕,바다'-
올드보이에서 나오는 문구가 있다. 웃어라,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하지만 울 때는, 너 혼자만 울 것이다. 성장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싸늘한 바람이 부는 거리에는 나 혼자 뿐이기에 바람은 더 싸늘해진다. 하지만 안녕바다는 말한다. 괜찮아, 걱정 말라니까. 별로 더 빛날 거라구. 그러니까 우리, 울지만 말고. 안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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