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7일 금요일

My favorite things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저 노래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거렸지. 영어라는 이유로 친구와 어눌한 발음을 섞어가면서 불렀던 저 노래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세상이 온통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다면 어떨까. 엄하게 질책하는 어른들의 목소리도 사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청준은 정말 랜덤캐릭터에서도 운수가 좋게 걸리는 대박 캐릭터...혹은 아무리 짜맞춰도 백분의 일 확률로 나오는 고퀄리티 캐릭터. '축제'를 읽었는데 너무 좋고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과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연인' 보러 간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도 사서 읽어야 하는데 어디서 산담? 숭문당에서 사오나... 멀어서 왠지 가다가 병이 도질 듯 하다. 이제 병이라고 말하는 것도 지쳤다. 사실 아픈 사람들일수록 입을 다문다.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그 동정의 시선이 너무 힘겨워서. 어제도 세미나에 끝까지 참석하려 들었다. 고등학교 때 그 감기에 걸려서 눈꺼풀이 뜨겁게 내려앉을 때도 억지로 교과서를 읽었다. 사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나중에, 좀 더 약해졌을 때 그냥 무너져 내리고 말 것이다. 나한테 있는 것이라곤 내 몸뚱이 하나 뿐, 내 지식은 사실 쓸모없고 보잘것 없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궤변가, 위선자. 완전히 착하거나 완전히 못되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럽다. 애매모호한 것만큼 최악의 상황인 것이 없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면 착한 척 한다 말하지만, 우리는 착한 척 해야 한다. 착하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왜 다들 나쁜 의미로 받아들일까. 우리는 착해져야 하는데.

 

 김진환 식빵집에서 오랜만에 식빵을 사고, 몇덩이 잘라서 990원짜리 자몽과 함께 도서관으로 소풍을 가야 겠다. 천천히 걸어가면 괜찮겠지. 하면서. 세시쯤 와서 밀린 글들을 다 써야 한다. 눈 앞이 깜깜하다.

 

 헤드폰 수리를 어떻게 맡겨야 하나. 크레신 헤드폰이 단선이 되었다. 다른 헤드폰을 사야겠다. 이어폰으로 쓰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지만 난 이어폰을 끼지 못한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주목할 것은 아우슈비츠 이후의 상황이지 아우슈비츠 당시의 상황이 아니다. 그 당시 상황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 이후에 대해 그냥 다행으로 여기면서 동시에 그 상황까지 같이 무시해버리고 있다. 착한 척 손 내밀지 마.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군대 이야기처럼 끊임없이 추억들로만 이어져 있는 앨범이 아니다.

 

 난 강정 시인이 약간 나르시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기는 이 사람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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