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를 신청했을 때,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 어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윈터플레이와 알렉스가 함께 캐롤을 노래하는 것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다고. 그 때, 알렉스의 목소리에 한창 빠져있던 참이었다. 허나 그 때 캐롤을 듣고, 윈터플레이라는 그룹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윈터(winter)가 들어가는 걸 보니 겨울, 겨울에 캐롤을 부르는 그룹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몇 년 뒤에서야, 윈터플레이라는 그룹이 단지 캐롤만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멋진 뮤지션들이 모인 플럭서스에 속한 그룹이라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이 저절로 생겼지만, 그 때 여자 보컬의 부드러우면서도 호랑가시나무처럼 딱딱 떨어지는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던 것도 있다.
윈터플레이의 음악은 팝과 재즈가 섞인, 사실 장르라는 경계가 필요없는 음악이다. 단순한 후크송이나 클래식한 게 아니다.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두 경계에 선 사람은 경계를 무너뜨린다. 겨울이 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된다. 눈 밑에는 수많은 것들이 고루 잠든다. 어떻게 보면 눈이 가장 평등하게, 모든 걸 덮고 새하얀 백지로 돌리는 것이다. 윈터플레이의 음악은 어디에서든 잘 스며든다. 플럭서스의 뮤지션들의 공통된 장점이기도 하지만, 윈터플레이는 그 중에서도 묘하게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대부분이 영어가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허나 가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친숙하면서도 다정한 멜로디, 그게 바로 윈터플레이의 매력의 원인이다. 우리가 가사를 듣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멜로디를 흘려 보내기 쉽다. 첫키스가 기억에 남듯 멜로디를 처음에 듣는 건 뮤지션의 전반적인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사가 마냥 허튼 것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멜로디를 듣고, 그 다음에 가사를 음미하면서 음악을 몇번씩이고 듣는 거다.
또 하나, 재즈는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었다. 강렬한 애드립과 익살스런 멜로디, 씩 웃는 웃음과 즐거운 연주. 허나 지금은 클래식과 재즈가 한 데 묶였을 정도로 고전 장르가 되어버렸다. 윈터플레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마저도 슬쩍 넘어가 버린다. 재즈라고 해서 무게를 잡거나 무조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연인과 와인 한 잔 기울이면서 듣는 게 아니라는 것. 골방에 틀어박혀 외롭게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의 곁에 앉아, 나긋나긋한 허밍으로 들려주는 멜로디가 바로 윈터플레이의 재즈라는 것을.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란 없다. 완전히 새로운 문학도 없다. 예술은 그렇다. 미학자 와이츠는 가족유사성을 통해 예술이라는 개념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렷한 본질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조그만 교집합만으로도, 유사성을 인정받으면서 점점 횡적이고 종적인 넓이를 넓혀가는 것이다. 윈터플레이는 '세월이 가면' 등의 예전 음악을 팝-재즈로 다시 한번 해석한다. 새로운 멜로디를 들으면 사람들은 묘하게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낯익은 멜로디가 재즈로 변했을 때, 그 멜로디의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빅뱅이 힙합으로 바꿔 불렀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식상하다고 혀를 찼던가, 아니면 좋다고 박수를 쳤던가?

'Don't know why'는 보컬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부드럽고 따뜻하게 와닿는 곡이다. 사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날,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세월이 가면'은 멜로디 전반에 깔린 약간 하와이안 풍의 음색과 함께 지난 명곡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트랙이었다. '투셰모나모'는 재치있는 스냅과 깔끔하게 끊어지는 보컬의 목소리가 꼭 한밤의 카페, 그 곳에서 혼자 들어도 좋을법한 곡이다. 주가 되는 여자보컬의 목소리에 추임새처럼 들어가는 목소리, 그리고 허밍이 점점 깊어만 가는 가을과 겨울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어쩌면 윈터플레이의 이번 앨범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점점 길어지는 밤을 위해 나온 곡들일런지도 모른다. 밤의 층을 더 깊게 해주면서 그 끝은 아련하고, 아름답게. 끝을 바라지 않는 누군가와의 왈츠처럼. 로맨스의 계절에 부드럽게 스며들 수 있는, 딱 맞는 노래다. Moon over bourbon street도 추천한다. 고풍스러운 음색과 함께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담백한 음악. 밤의 거리를 걸으면서 누군가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으면 좋을 법한 노래다. 달빛은 쏟아지고, 당신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