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4일 목요일

그리고 이젠

 중학교 3학년, 네이버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방문자 수가 소소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웃도 만들고, 낯선 사람의 포스팅에 거리낌없이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점점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댓글을 남기거나 방명록을 남기면 왠지 기피하게 되었고, 대학교에 올라가자 이젠 아는 사람 중에서도 몇몇 아니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는 게 꺼려졌다. 전화번호를 바꿨을 때도 그랬다. 몇몇에게는 자연스레 연락을 했지만 몇몇에게는 연락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트릭스터-영원한 방랑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나는 나카자와 신이치가 쓴 트릭스터라는 개념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단순히 인간에 한정지어 트릭스터를 평가하고 있는데 기존 원시 신화에서 까마귀의 실수가 트릭스터였다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정의가 더 인상깊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보면 운명적인 요소, 곧게 펼쳐진 직선 위를 걸어가던 도중에 누군가가 가위로 그 선을 끊어놔서 걸어가던 사람이 떨어지고, 앨리스와 같은 모험을 하게 된다던지. 그런 게 트릭스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럴까. 첫부분을 읽고선 더 이상 읽을 마음이 안 든다.

 이번에 자음과 모음 잡지에 한윤형 씨의 글이 실린 것을 봤다. 반가웠다. 예전 대학내일에서 같은 란의 필자로 있었지만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고, 그저 그 분이 낸 책만 보고 블로그에 댓글만 남겼더랬다. 난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는 사람,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좋다. 그게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한 여고생이 납치당한 줄 알았는데 잠적했었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잠적은 꽤나 충격적이었다는 리포터의 말을 들었다. 학교 생활에 딱히 문제도 없는데, 왜 그랬냐는 의문이 떠돌았지만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단순히 탈출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다시 살 수 없다는 두려움, 그 때문에 그 아이는 도망쳤던 게 아닐까. 그리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뭔가 잘못되었다는 그 인식은, 본인이 아니고서야 또렷하게 알아볼 수가 없다.

 이준익 감독을 예전에는 참 좋아했었더랬다. 물론, 내가 좋아하던 모 배우가 거기에 연산군 역할로도 나오고 백수 아저씨 역할로도 나오고...그러나 윤영선 극작가를 알게 된 이후로는 영 꺼림칙하다. 윤영선 극작가의 작품과, 유고작을 상연하던 건물의 초라한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혼신을 다해 쓴 그 모습. 표절이란 한 사람의 목울대를 짓밟는다. 다시는 울지 못하도록.

 김이환의 '절망의 구'를 읽었다. 처음에는 검은 구...이러고만 말았는데 확실히 이야기꾼답다. 그러나 좀 더, 좀 더 끝부분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았을 텐데. 왠지 사형장으로의 초대가 떠오르더라. 하지만 친친나트는 죽었고, 주인공은 살아남았다.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1권과 2권을 읽었는데 3권이 너무 읽고 싶다. 그런데 도서관까지 가려면 걸어야 하는데 오늘 발수술을 받고 왔다. 오는 길에 걸을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돈이 모자라서 결국 내려서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못했다. 집에 와서 화를 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다가 결국 내가 화를 내고 말았다. 아프다고! 그러자 어머니는 잠잠해지셨다. 허나 영 찜찜하다. 어떻게 보면 난 참을 수 있지 않았나. 치료비를 내는 건 어머니고, 택시비를 내는 내 용돈을 주신 것도 어머니다.

 

 모차르트 소개글을 쓰다 보니 엘비라 마디간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뭐...나갈 수도 없고.

 배고픈데. 밖에 과자는 있는데 안 당긴다. 무슨 감자랑 밀가루랑 섞었다는데 감자라면 고등학교 때 무슨 고아원 급식처럼 나눠준 감자빵 때문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카레에 있는 감자도 꺼림칙하고, 좋아하는 게 있다면 감자전 뿐?

 아포가토 먹고 싶다. 커피나...병원 옆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맥커피 한잔 사 마셨는데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일찍 맥도날드에 가면 정말 좋은 맥커피를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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