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0일 수요일

정말

 

 도심 속에 산다는 건, 어쩔 때는 진저리나고 어쩔 때는 부러운 일인 것 같다. 물론 나는 도심 가까이에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한 2년 정도.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다. 집 근처에 조그만 카페나 커피숍이 있다면 가서 커피도 마시고, 편한 의자에서 책도 읽고 따뜻하고 나른한 그 공기에 취해 조용히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 보고 싶다고. 예전엔 이런 걸 뉴요커라고 비웃었지만 요즘엔 차라리 그렇게 불려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벅스 톨 사이즈를 들고 다니진 못해도 그냥 좋아하는 카페에서, 조용한 그 곳에 앉아 글도 쓰고 다른 사람도 구경하고 책도 읽고. 솔직히 카페는 정말로 편한 사람 아니면 같이 못 가는 성격이다. 간다 해도 오래 앉아 있질 못한다. 편한 사람과 있다 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거나 저절로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뜬금없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말야.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대학로 구석에 있는 The Table, 사람들이 얼마 찾질 않는다. 오렌지 쿠키를 굽는 그 향도 기가 막히거니와 커피도 맛있다. 물론 비싸다. 게다가 좀 멀다. 그래서 자주 찾진 않는다. 아주 가끔, 대학로 근처에 연극을 보러 올 때면 동행들을 졸라서 가곤 하지만 그 동행들은 대부분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그 분위기를 다 즐기기도 전에 나올 때가 많다. 매번 아쉬울 따름.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회룡역 쪽에도 카페가 하나 있다. MOMO라는 카페인데, 나는 그 카페가 생긴 이후로 2년이 넘게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왠지 커피도 그닥 맛있을 것 같지 않았고, 그 기대치에 비해 가격은 2500원, 그저 그랬다. 차라리 요거프레소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거프레소는 유모차를 끌고 온 아주머니 부대가 점령하는 일이 허다했고 결국 몇주일 전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넷북을 들고 도망치듯 MOMO로 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갓 구워낸 와플도 맛있고 생크림도 담백하고 커피도 맛있다.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넷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고, 카운터의 언니는 손님을 힐끔힐끔 쳐다보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신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긴 에스프레소는 안 한다. 아메리카노는 하면서. 씁쓸하네.

 

 홍대 쪽에선 포에니를 좋아했지만 이번에 인테리어가 바뀐 게 맘에 들지가 않는다. 그린빈은 어떻게 보면 홍대에서 싸고 오랫동안 눈치 보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곳이고. 어떻게 보면 홍대는 갈만한 카페가 마뜩찮은 편이다. 카페는 많지만.

 

 

 

 요즘에 내가 눈독들이고 있는 곳은 종로의 다동 커피집. 4000원이라는 가격에 리필도 할 수 있고, 편한 분위기라고 한다. 게다가 따로 사이드메뉴가 없는 터라 외부 음식도 반입 가능. 천국이네. 어차피 학교 다니면 종로 쪽은 많이 다니게 될 터인데 거기 가서 한번 기지개를 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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