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0일 수요일

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과 체실 비치에서를 읽고 있다. 원래 읽었던 작품이었지만 그건 학기 중이었고, 마치 인스턴트 식품을 먹듯 성의없게 봤기 때문인지 읽으면서 부끄럽고 즐거웠다.

 

 어제는 저작권 등록증을 제출하기 위해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월드컵경기장 역 근처에 있는 곳에 다녀왔다. 꼭 메트로폴리스같은 풍경이. 짙푸른빛 유리로 덮인 건물들이 높이 솟아 있었고, 아파트는 몇 채 되질 않았으며 길거리에 사람은 몇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점심 시간에 건물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걸 봤을 뿐.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료실에 들어갔는데 별로. 그림책들이 보고 싶었지만 도서관 책장이 이동식, 잡아 끌면 기분 나쁜-비틀린 소리가 나서 질겁을 했다. 결국 본 건 캔디캔디. 소박하다. 영상자료 목록이 보고 싶었지만 왠지 사람 하나 없는, 묘한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퇴실 시간을 적어 놓고 재빨리 튀어 나왔다. 내 뒤에선 어떤 남자애가 탁자에 앉아 닌텐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닌텐도를 설마 여기서 빌린 건 아니겠지.

 

 그 다음엔 종로 1가로 오는 버스를 탔다. 명동에서 약속이 있었다. 아우터 두 벌을 사도 만나기로 한 언니는 오질 않았다. 결국 점저를 먹은 셈이다. 그리고 신나게 쏘다니다가 크리스피 크림에 들어갔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커피만 마시기엔 심심하지 않냐는 언니의 말에 오리지널을 하나 시켰다. 너무 달아서 속이 니글거렸다. 크림스파게티를 먹은 다음 도넛을 먹는 건 이제 치사행위에 가깝다. 그것도 크리스피. 미스터 도넛이라면 엔젤 크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겨레 21을 샀고, 이번 호에는 설날 특집으로 퀴즈 풀이 축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여기까지 글을 쓰면서도 사소한 부사 하나 때문에 스스로가 진저리 난다는 게 싫다. 여튼 그 문제 답이 어떤 것일지 고민을 하면서도 생각난 것, 과연 이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 어차피 학기가 시작되면 무료해지진 않겠지. 이 순간이 그리울지도. 모르겠구나. 더워서 속에 입고 있던 자켓 하나를 벗었다. 이제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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