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 앞치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다섯시. 보통 때면 유가 먼저 와서 임의 등을 쿡 찌르면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말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유는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임은 매대 뒤에서 가방을 꺼내들고 유가 있는 매대 쪽으로 갔다. 저녁 시간에 임이 먼저 유에게 간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유는 매대에 없었다. 밥 먹기 전에 쉬려고 그러나? 화장실을 갔나. 아니면 창고에 갔나. 임은 유의 매대를 훑어본다. 매대에는 물건이 어느 정도 쌓여 있었다. 딱히 창고에 가야 할 정도는 아닌데. 임은 유의 건너편 매대에서 다른 브랜드의 생리대를 판매하는 도우미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임의 말에 도우미가 새침하게 돌아본다.
"저기요. 언니. 혹시 이쪽 매대에서 일하는 언니 창고 가셨어요?"
"몰라? 오늘 잘렸잖아. 아까 갔어."
네? 멍청하게 임이 되묻자 답답하다는 듯 말을 되풀이한다. 잘렸다구. 그러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방긋 방긋 웃으면서 고객들에게 멘트를 던진다. 고객님, 그 날에도 산뜻하게, 피부를 지켜주는 피트...임은 고개를 몇번 흔들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황급히 식당 쪽으로 걸어간다. 가는 도중에, 주가 웃으면서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 요구르트에 철분 성분이 얼마나 풍부한지 쾌활하게 설명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임은 식당 문에 다다라서야 걸음을 멈춘다. 어떻게 된걸까. 유는 이 마트에서 꽤 오랜 기간 일했다고 했다. 게다가 생리대도 가장 많이 팔았고. 유는 그걸 늘 자랑스레 말하곤 했다. 그리고선 뒤늦게서야 겸손한 척, 늘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니. 임은 갑자기 유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유의 전화번호가, 임에게는 없었다. 혹시 주라면 알까. 임은 도로 매장에 내려가 주에게 유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주라고 해서 알 리가 없다. 주가 안다고 해도 유가 임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이상, 임이 딱히 유에게 전화할 이유도 없었다. 임은 한숨을 쉬며 식당으로 들어간다.
-습작,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테이프로 손잡이 만드는 방법'-
사실 저 '방법'은 글 속에 몇 줄 차지하지도 않는다. 그냥 손잡이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우미에게 부탁하거나 '시키면' 된다. '원래 그런 걸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박혀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사람 어느 누구도 테이프 만드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평생 배우지 마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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