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왔다가, 해가 떴다. 언제쯤 이 지루한 도돌이표가 끝날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두워지자 마자 비만 줄창 내리기 시작한다. 휴지 조각처럼 하얗게 번개가 갈라지고, 왠지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에서는 우주 전쟁에서 외계인의 등장 때 효과음으로 썼던 고동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컴퓨터 웹서핑도 하고 하잘것 없는 게임도 해봤지만 전혀 채워지지 않는 것. 결국 나는 책으로 돌아간다. 글을 써야 하는데 지금 이 자세에서는 오래 쓰기도 힘들다. 커다랗고 깨끗하고 넓은 책상과 뻣뻣하고 엄격하게 나를 붙잡을 의자, 그리고 넷북을 꽂을 콘센트가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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