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청계천에 새로운 설치미술작품이 나타났다. 청계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드릴 모양의 전시품을 가져다 놓은 것도 참 웃겼는데 이번에는 나라의 발전과 영광을 널리널리 알리는 종을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이 나라 구석까지도 다 퍼지는 은혜로운 소리를 들려줄 것이라고 하는데 무슨 전두환 시대도 아니고. 성덕대왕신종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름 멋있게 옮겨 쓴 어구는 이렇다. "종이 만들어지니 그 모습은 산처럼 우뚝하고 그 소리는 용의 읊조림 같다. 소리로는 지상의 끝까지 다하고 밑으로는 땅속까지 스며들어 보는 자는 신기함을 느낄 것이요. 소리를 듣는 자는 복을 받으리라." 허나 전시물 안은 비어 있고, 수많은 스피커들만이 그 공허를 감추고 있다. 스피커 속에서 누군가가 외친다면, 그 소리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세상을 향해 빠져 나갈 터이지만 다시 말했듯 속은 비어있다. 차라리 작가가 사회 비판적 의미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허나 만약 그런 경우라면 이 작품을 설치한 오세훈의 뜻은 알 수가 없다. 아예 몰랐거나 바보거나 그냥 큰 데 가격이 쌌거나.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드릴 보면 그 말은 안 나온다. 혹시 미국 쪽에서 상이라도 받았나? 작품이? 만약 사회비판적 의미, 각성의 촉구가 맞다면 과연 작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다리리를 가로막고 무한도전의 정준하처럼 사람들을 가리는 이 어색한 설치미술작품을 어떻게 여겨야 하나? 예전에 선배들이 그런 적이 있었다. 너, 그러면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안 낼거야? 원고 청탁오면?
MB 동영상 퍼간 사람은 잡히고, MB 동영상 만든 놈은 왜 안 잡아가냐는 소리가 나오고. 세상이 미친 채로 돌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희극을 본다. 미친 놈들을 따라하면서 진실을 보여주는 게 바로 희극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스스로가 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켜야 할 것이다. 올바른 우파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파라고 한다면 우파의 정의를 세워라. 나는 양극단이 서로 꼭 대립하고 이를 드러내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약 서로의 주관이 또렷한 상태라면 소통도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 한명이 이성을 잃는 순간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사촌오빠는 말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지켜지지 않아서, 품위가 없어서 싫어. 자! 여러분. 우리는 이제 호스로 세상을 닦아봐야 한답니다. 알겠습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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