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0일 수요일

 

 

 역시 이청준이다. '당신들의 천국'도, '낮은 곳에 임하소서'도 좋다. 허나 '벌레 이야기'를 읽고 '낮은 곳에 임하소서'를 읽고 나니 작가는 결국 무신론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사실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인간이 그걸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고양편파,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날 위해 천국을 예비해두고 시련을 준다고 하나님 탓으로 돌려버리는 역설적인 태도가 바로 세상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벌레 이야기'는 다르다. 시련은 끝없이 이어진다. 결국 '자살'로 강력한 거부의 몸짓을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걸어들어오면서 검은 밤하늘에 껍데기만 남은 채 타들어가는 교회 십자가를 보았고, 어머니에게 차라리 하나님을 순수하게 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저 모든 걸 좋게 바라봐라. 좋게 봐라. 라고 했다. 이게 중학교 2학년 때 지나가는 허세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적도 있었다. 차라리 타인을 맹렬하게 공격해서 쓰러뜨리는 게 목적인, 원시적인 우월감이 목적이라면!

 

 주제 사라마구는 가까운 데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중시했다. 그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귀여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새로운 습작품을 써야 한다. 사실 나는 비문을 일부러 고치려고 들지 않는 편이다. 편집기술론 때 교정을 보라고 준 원고에서, 나는 일부러 비문을 고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섣불리 고치는 순간, 작가가 쓰는 템포를 놓치고 우리는 모두들 길을 잃게 된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받아 적던 '셰익스피어 서점'의 실비아 하치는 원고를 다시 받아 적는 데에서 시력을 잃었지만 '율리시즈'의 탄생을 도모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조이스는 남자고 실비아는 여자지만.

 

 왜 레비 스트로스의 책, 을유사의 그레이트북스는 25000원이 훌쩍 넘는 걸까. 슬프다. 제본 뜨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싶다. 인간 관계에 얽매이기 싫다고 생각한 건 최근 일이다. 사람을 꾸역꾸역 만나면 그만큼 익숙해져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친다. 그나마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면 마치 친척을 만나는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해도 편한 사이라고 생각하니 더 맘이 놓이는 것 같고. 그렇고. 저렇고. 이렇게 살아왔고.

 

 

 

댓글 2개:

  1. 이청준 훌륭하지.. <당신들의 천국> 읽다 깜짝 놀란 적이 있어. 환자들이 밤에 횃불을 들고 소장(군인 계급으로 불렸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안나네)을 찾아온 장면이었는데 무척이나 밀도가 강해서 벌벌 떨면서 봤던 기억이. 흠흠,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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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또복 - 2010/07/01 23:56
    그죠? 그 장면에서 저도 긴박하게 읽었어요. 오랜만에 제대로 빠져서 읽어본 것 같아요. 한동안은 책을 잘 못 읽었거든요. 하지만 이청준은 과거 작품도 그렇지만 현대 작품이 더 새롭고 투명해진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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